[비즈앤잡스, 김법률기자] 농촌진흥청은 국내산 밤꿀이 선천적인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밤꿀은 6월 중순에 생산되는 벌꿀로 진한 갈색을 띠며 강한 향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이다. 예부터 피로 해소에 좋고 항균 효과가 뛰어나며 기관지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민간에서 많이 이용됐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치료제는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약물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남에 따라 자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예방 목적의 식품이나 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독감 등 감염병의 유행으로 건강과 면역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면역 관련 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한국한의학연구원(최장기 박사 연구팀)과 함께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되고 있는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연구했다.
우선 면역세포를 이용한 실험 결과, 밤꿀이 인플루엔자 에이(A) 바이러스 감염을 62.2%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밤꿀을 먹이지 않고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쥐는 감염 후 6일 만에 모두 죽었으나 2주간 매일 국내산 밤꿀(600mg/kg)을 먹인 쥐는 60%가 생존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체중이 감소하게 되는데, 밤꿀 처리군의 경우 무처리군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체중 감소도 17.3% 완화됐다.
또한, 밤꿀(600mg/kg)을 먹인 쥐의 혈청과 비장(면역세포 생성 조직)에서 각각 인터페론 베타(IFN-β)의 발현과 엔케이(NK) 세포의 활성을 평가한 결과, 인터페론 베타는 4.3배, NK 세포 활성은 4.6배 증가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단백질이 발현되고 폐 조직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폐 무게가 늘어난다. 그러나 쥐에 2주간 밤꿀(600mg/kg)을 먹인 후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결과, 정상 쥐와 비슷하게 폐 무게가 감소했으며 폐 조직의 염증 수치도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밤꿀이 선천면역 인자인 인터페론 베타의 발현과 면역세포인 엔케이(NK) 세포의 활성을 늘려 기존의 면역력을 높여줌으로써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반응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밤꿀이 선천적인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밤꿀 속 키누렌산(kynurenic acid) 성분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키누렌산은 밤꿀 1kg당 1,168mg이 들어있는데, 이는 매우 높은 함량이다. 벌꿀 생산량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까시꿀을 포함해 다른 꿀에선 키누렌산이 거의 검출되지 않아 키누렌산을 밤꿀의 지표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 (IF=7.3)에 논문으로 게재하고,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이번 연구로 국내산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으며, 일반 식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치료식(메디푸드) 등 국내산 밤꿀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 이상재 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밤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하고 유효성분을 밝혀 우리 밤꿀을 다양한 소재로 활용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수행됐다.”라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밤꿀 소비가 늘어나고, 양봉 농가의 소득이 증대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